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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영화]케빈에 대하여

by 무늬만학생 2012.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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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이 영화를 봤어요.

예고에 나왔던 어느 영화 평론가가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한 동안 얘기하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 과연 그렇습니다. 

며칠이 지난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누군가와 얘기를 하고 싶은 영화인데 주변에 본 사람이 없어서 러패에 써봅니다.

 



철 없을 때 엄마랑 싸우면 '너 닮은 자식 낳아라' 이런 소리들 듣잖아요. (저만 들었던건지?)

그런 말들을 들었을 당시엔 잘 몰랐는데, 이제 엄마가 될 나이가 되고 보니 진짜 나 닮은 자식 낳으면 어쩌나 하는 막연한

공포가 언젠가부터 생겼습니다. (편견일지 모르지만 여자들은 대체로 사랑하는 남편을 닮은 자식을 낳고 싶어하지, 자기를 쏙 빼닮은 자식을 낳고 싶어하진 않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출산의 계기가 있다면 그건 상대방이지 자기 자신은 아니라는 것.)

어쨌든 이 영화는 여자들이 가지고 있을 막연한 공포를 건드리는 영화인데, 직접적으로 무섭거나 잔인한 묘사 없이도 굉장히 서늘하게 다가왔습니다.

 

영화를 본 다른 분들은 '사이코패스는 선천적으로 태어나는가, 아니면 후천적으로 양성되는가?' 에 포커스를 두고 애 엄마가 잘못이다, 애 엄마는 잘못이 없다, 이런 이분법적 결론을 내려고 하는 것 같은데요. (그럴 수 밖에 없는 영화라)  저 역시 영화를 보는 동안 내내 저 남자애는 왜 저러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고 '왜'에 대한 대답을 찾아보려고 집중해서 봤어요. (결국 마지막 남자 주인공의 말에 수긍하고 말았지만요) 남자 주인공 하는 행동이 기가 차서 아이 엄마의 잘못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죠. 그리고 아이에게 정을 붙여야 하는게 엄마의 의무는 아니니까. 엄마 이전에 한 인간이잖아요? 자식을 싫어할 수 있는거지.

 


그런데 시간이 지난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는데, 아이가 그렇게 된 것은 아이의 잘못도 아니고 아이 엄마의 잘못도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어떤 일들은 사람의 손을 떠나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이 되거든요. 아이의 엄마와 다르게 아빠는 비교적 아들에게 잘 대해줬음에도 그렇게 엇나갔으니.. 그리고 아이 엄마가 사랑을 제대로 줬다 한들 그 애가 달라질 것 같지 않았어요. 그냥 그 애는 여자 주인공의 안 좋은 점만 골라서 가지고 태어난 존재 같았습니다.

 

전 엄마 속을 잘 썩혔던 아이였어요. 일부러는 아니었지만 의도하지 않게 케빈 같은 짓을 많이 했더랬죠. 내가 어떻게 행동을 했든 그것과 상관없이 엄마 역시 저에게 의도하지 않은 상처를 줬었구요. 부모 자식 사이도 인간관계인데 서로 상처내고 상처받고 그러는게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하고 싶은 얘기는.. 자식을 진심으로 사랑하려면 부모님, 그 윗 세대로부터 전해온 내 몸 속에 있는 유전자, 나 자신과 부모님을 긍정해야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을 긍정하려면 부모에 대한 시선이 먼저 정리가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나는 부모님의 유전자를 물려 받았고 또 다른 누구와 함께 그 유전자를 남길지도 모르잖아요. (엉뚱한 결론이지만)

 

이 영화 보신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끼셨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영화는 꼭 한 번 보시길 추천해드립니다.

 

+

 

그리고 준비되지 않은 여자는 엄마가 되면 안된다는 평을 봤는데.. 그랬다면 아마 인류는 진작 멸종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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