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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정치

김종대 : 한국 진보를 일깨우는 대만 총통 선거

by 무늬만학생 2016.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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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진보를 일깨우는 대만 총통 선거


어제(16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를 보니 부럽다 못해 자괴감까지 듭니다. 전임 마잉주 총통의 중국과 관계개선의 업적이 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사회 양극화와 청년 실업을 확대하는 부작용을 낳자 대만은 중도좌파인 민진당의 차이잉원으로 정권을 교체했습니다.




저는 마잉주 총통 첫 임기 때인 2008년부터 ‘서울-타이페이 클럽’의 이사 자격으로 매년 대만을 방문하여 총통부와 주요 정부관리,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했습니다. 중국과의 경제협력협정(ECFA) 체결로 당시 기지개를 펴던 대만이지만 정부 관리들은 “대만에는 한국의 삼성, LG와 같이 국가를 대표하는 대기업이 없다, 대규모 시스템과 설비가 필요한 산업은 대기업 아니면 경쟁력이 없다”며 우리를 몹시 부러워했습니다. 이상하게 생각한 제가 “그렇게 부러우면 만들면 될 것 아니냐”고 하자 경제부 차관의 답변은 이러했습니다. “대만에는 절대 대기업을 만들 수 없다, 그렇게 하다가 경제가 양극화라도 되면 큰 일 아니냐, 대만 사회는 용납 못한다”는 것입니다.




항상 느끼는 바이지만 중국을 가면 자본주의 같은 사회주의고, 대만을 가면 사회주의 같은 자본주의입니다. 그렇게 경제의 양극화를 걱정하던 국민당 정부도 우리 기준으로 보면 대만의 풀뿌리 중소기업을 기반으로 하는 중도 좌파 정부에 가까웠습니다. 그런 국민당 정부가 경제를 중국화하여 고속 성장을 했지만 그 결과는 부의 양극화와 청년실업, 임금 정체 등 신자유주의의 폐단이었습니다. 집권 중반기까지 10%에 달하던 아시아 최고의 성장과 발전의 표상이던 대만의 마잉주 총통은 “황금의 시대를 열자”며 재선에도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경제 양극화의 결과는 마잉주 집권 말기에는 성장률 자체도 1%대로 저성장으로 돌아서고 청년 실업률이 12%에 달했습니다. 결국 대기업이 주도하는 양극화 경제와 동일한 결과를 만든 것이지요. 지금 한국 사회가 직면한 바로 그런 문제가 대두되자 대민 시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56%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곧바로 정권을 교체했습니다. 이렇게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한 나라, 잘못이 발견되면 국가전략을 시민이 바꾸는 그들이 무척 부럽습니다. 외교적으로 고립되어 있다고 하지만 분명히 대만은 한국을 추월할 것입니다.




이런 사례는 대만뿐이 아닙니다. 작년에 제가 스웨덴을 갔을 때도 사회당으로 정권이 교체되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사회의 양극화 조짐 때문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호주, 캐나다 등 세계 여러 나라가 신자유주의의 감옥으로부터 조화롭고 균등한 사회를 위한 새로운 도전의 일환으로 정권교체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에서도 진보세력은 집권을 향한 새로운 교두보를 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한국 사회는 신자유주의적 고통을 고스란히 감수하면서도 진보가 거의 질식할 상황으로 추락하는 것인지, 그 까닭을 알 수 없습니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 국민신당 등 최근 새로 전열을 정비하는 야당조차 예전보다 더 보수화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고, 여기에다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지지율이 감소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성장주의와 근본주의적 우익 국가주의 이데올로기를 신봉하는 박근혜 정부는 외국 같았으면 탄생하지도 못했고, 진즉에 응징되어야 할 정권입니다. 한국 사회의 정치권력-대기업-언론-지역주의 세력이 유착된 기득권 동맹이 강화되는 걸 속수무책으로 보아야 하는 한국의 정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왜 한국 사회엔 이토록 이데올로기가 강한 것일까요?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한국의 진보가 분발해야 할 때입니다.


김종대 2016년 1월 17일 오후 12:50 · 

출처 : https://www.facebook.com/people/%EA%B9%80%EC%A2%85%EB%8C%80/100001530192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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