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에 들었던 진중권의 언캐니밸리... 간단하게 말하면 인간과 완전 다르게 생긴 로봇을 볼때는 로봇이구나~ 하는데 인간과 비슷한 로봇을 보면 혐오감이 드는 그래프의 구간을 말한다. 인간과 똑같으면 뭐 구별을 할 수 없고. 몇몇 동영상을 보면 언캐니밸리 구간을 넘은 CG가 있다. 현실의 실리콘 인형을 보면 혐오감이 드는것도 이때문이다.
uncanny valley를 가장 잘 설명한 그래프
호머심슨을 보고 혐오감이 들진 않지만 폴라익스프레스 만화를 보면 약간의 혐오감이 든다.
자료가 사라지기전에 내가 쓴글과 남이쓴글이 짬뽕해서 저장해본다. ㅎ
오펜바흐Offenbach의 희가극 <호프만의 이야기Les Contes d'Hoffmann>에서 호프만은 과학자가 되려고 찾아간 스팔란자니의 집에서 '올림피아'를 만나게 됩니다. 사랑에 빠진 호프만은 처음 그녀의 손을 잡고 키스했을 때 그녀의 손과 입술이 너무나도 차가움에 섬뜩함을 느꼈습니다. 그건 그녀가 바로 스팔란자니가 만든 자동인형 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인형의 노래Doll Song 의 영상에서도 태엽을 감는 동작이 있는 이유도 바로 그 이유에요.
그 섬뜩함이 바로 강의의 주제였던 'The Uncanny Valley'에서 말하는 Uncanny함이였죠(정확히 이야기하면 Uncanny라는 단어는 '독특하다' '생경하다'같이 +도 -도의 뜻도 없는 의미가 아니에요. 프로이트가 ‘이질적인 불편함’이라는 뜻의 심리학 용어로 규정, 사용하였으므로 -기운을 포함한 단어라고 보는 게 맞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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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의 주제였던 Uncanny Valley는 일본의 로봇 공학자 마사히로 모리森 政弘 가 1970년의 저서 <불쾌한 골짜기不気味の谷>에서 주장한 이론으로, 진 선생님의 워딩을 그대로 가져오면 '생물인지 무생물인지 불분명 한 것에 대한 섬뜩함'으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이 주장이 일본의 로봇 공학자에게서 나온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의 로봇공학은 차를 조립하는 로봇과 같이 그 외관보다는 실용성이 중요한 로봇이었습니다. 외관이 사람에게 호감을 주어야 할 이유가 없었죠.
하지만 일본의 로봇공학은 다른 방향으로 발전합니다. 주변에 폐 끼치고 싶지 않은 그들의 성격이 개인의 문제를 펫이나 로봇과 나누는 것으로 해결하려는 것에서 출발해 인간을 서포트 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 그 방향이었죠. 이런 로봇은 인간과 함께 살아가야 하니 그 외관이 인간에게 호감을 줄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인간에게 호감을 주는 외관을 만드느냐'는 문제는 매우 쉽게 풀렸습니다. 인간은 자신을 닮은 존재에게 자연스럽게 호감을 느꼈거든요. 로봇 공학자들은 '인간과 닮은 외관을 가진 로봇'을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http://youtu.be/9q4qwLknKag
오사카 대학의 로봇 공학자 히로시 이시구로石黒浩 가 개발한 <Geminoid F>입니다. 그래요 굳이 여성형 로봇을 링크한 것은 제가 남자이기 때문이죠. 후후
보시다시피 ASIMO보다 더 인간을 닮았으니, 더 큰 호감을 줘야 하는 것이 맞을듯한 이 로봇은 호감은커녕 어딘지 모를 불쾌함과 섬뜩함이 느껴집니다. 이것이 바로 'Uncanny Valley'이론이 등장한 배경입니다.
Uncanny Valley 이론을 설명한 그래프인데요. x축은 human likeness = 인간과의 유사성 , y축은 familiarity = 친근함이에요. 인간과의 유사성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친근함이 상승하지만, 특정 시점 이후에는 인간과의 유사성이 높아져도 오히려 +의 친근함이 아닌 -의 친근함. 즉 불쾌감과 섬뜩함을 주게 된다. 하지만 그 골짜기를 극복해 100% 인간과 비슷해 지면 다시 친근감을 가지고 오게 될 것이라는 내용을 정리한 그래프지요.
ASIMO의 경우 '무생물임이 분명한데, 인간과 닮았네!'의 경우라 호감이 발생해 첫 번째 봉우리의 맨 위 지점쯤에 있지만, Geminoid F의 경우 '생물인 것 같은데, 으 뭔가 이상해...'의 경우니 비호감이 발생해 골짜기에 빠져있는 상태. 즉 처음에 이야기했듯 '생물인지 무생물인지 불분명 한 것에 대한 섬뜩함'이 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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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인간은 자신과 더 닮은 존재에 대해 Uncanny한 Valley에 빠지게 되는 것일까요. 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추측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그래프에 적혀있듯이 움직이지 않는 존재는 시체를, 움직이는 존재는 좀비를 연상시키는 거죠. 무의식적으로 죽음을 연상시킴으로써 인간에게 두려움을 주었을 가능성입니다.
또 하나의 주장은 이 Uncanny함은 보통 기술의 제약에 따른 비인간적인 동작에서 오기 마련인데 이런 생기 없는 움직임이나 형태가 생물의 '종의 보존 본능'에 이롭지 못한 존재인 병자나 정신이상자를 본능적으로 식별하려고 배제하려는 수단으로 진화되었을 가능성입니다.
이 Uncanny Valley 이론을 따르면 '현대의 로봇 공학은 이를 극복할 수 없다'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사람에게는 수많은 근육이 미세한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데 이를 다 재현하는 것은 현대의 기술로는 불가능한 것이죠.
하지만 모두가 이 이론에 동의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 이론은 겨우 '인간과의 유사성' 한 개의 변수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하고 있거든요. 때문에 상호작용interaction 으로 호감을 끌어낼 수 있다는 주장으로 반박되기도 합니다. 그에 따라 Uncanny Valley의 최초 주장자인 모리 박사가 세 번째 봉우리에 대한 매우 불교적인(!) 수정 이론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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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주제와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강의 중에 재미있었던 이야기는 KAIST에서 만든 HUBO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KAIST에서 만든 몸통에 리얼리즘 로보틱스를 연구하는 HANSON ROBOTICS가 만든 아인슈타인의 머리를 접붙인 이 기괴한 로봇은 로봇 공학이 '공학', '인문학', '예술'을 총체적으로 포괄하고 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우리나라 로봇 공학의 현주소라고 말씀하셨지요.
반대의 예가 될 수 있는 게 타츠야 마쓰이의 로봇들이었습니다.
왼쪽은 화동花童 로봇인 Posy, 오른쪽은 춤추는 마네킹인 Palette입니다. 이들은 공학적으로는 HUBO보다 훌륭하지 않았지만, 인문학적, 예술적 완성도는 저 기괴한 HUBO와는 비교도 안 되는 대상이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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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로봇 공학에서 시작된 Uncanny Valley의 개념은 미국에서는 오히려 CG의 영역에서 주목받게 됩니다. 2004년에 개봉한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The Polar Express, 2004>는 CG로 제작한 인간 캐릭터들이 이 골짜기에 빠져 관객에게 신비한 모험 이야기를 전달하기는커녕 불쾌감과 섬뜩함만 Full HD로 선사하게 됩니다.
같은 해에 CG Animation 계의 왕좌는 오히려 첫 번째 봉우리에 머물러 충분한 호감만을 전달한 캐릭터를 가진 <인크레더블The Incredibles, 2004>에게 돌아가게 되지요.
이는 무엇보다 '3D 캐릭터의 죽은 눈'이 문제였습니다. 인체비례나 인체동작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선행되어도 센서를 달 수 없는 눈만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시체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주었던 거죠.
하지만 폴라 익스프레스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은 좌절하거나 방향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골짜기를 거의 탈출해 두 번째 봉우리를 정복하기 직전 베이스캠프쯤 되는 <베오울프Beowulf, 2007>를 만들어 냅니다.
아 안젤리나 날 가져요... 아 아니 이게 아니라... 로봇 공학에서는 '현대의 기술로는 극복할 수 없다'라고 결론이 난 Uncanny Valley 이론은 이렇게 CG 기술에서 새로운 장을 맞이하게 됩니다.
앞으로 배우는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화상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내가 어떻게 움직이고 표정 짓는지를 컴퓨터에 데이터로 제공하게 될지도 모르는 세상이 된 것이죠. 사진으로 대변되는 Hot Media와 만화로 대변되는 Cool Media가 섞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진쌤이 사진으로만 보여주셨던 Emily Project를 보면 CG기술에서 Uncanny Valley는 정복된 것으로 보입니다(첫 질문자였던 저는 이 부분에 동의하지 못했던 거였지만요. 단칼에 자르는 진쌤이 무서워서 쪼그라들었음...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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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정복되었다고 Uncanny의 이야기가 끝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대중은 이런 Uncanny한 이미지를 계속해서 접해오다 보니 이런 Uncanny함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취향'이 생겨납니다. 그 수요는 공급을 불러오게 되지요.
바로 아래에서 열거하게 되는 작가들이 이런 Uncanny함을 미학적으로 사용하는 작가들입니다.
※ 개인에 따라 혐오스러운 이미지가 포함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할게요.
Loretta Lux (1969, 독일)
주변의 아이들 사진을 합성 편집하여 인형처럼 보이는 Uncanny한 이미지를 만드는 사진가.
Ken Kitano (일본)
한 마을, 특정 직업과 같은 커뮤니티의 얼굴을 겹쳐서 인화하는 작업으로 유명한 사진가. 이미지 긁다가 심장 뒤집어지는 줄 알았음
Matthew Barney (1967, 미국)
조각가이자 사진사이자 화가이자 영화감독이자 퍼포먼서이자... 그만해! 그냥 그런 사람입니다(귀찮음) 왼쪽의 사진이 작가 본인이 분장한 모습이에요.
Oleg Dou(1983, 러시아)
실제 모델을 촬영한 사진을 기반으로 합성 편집하는 사진가. 홈페이지에 가면 이보다 더 creepy한 사진들을 맘껏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취향은 실제 업계에도 영향을 끼쳐 Oleg Dou의 사진과 같은 얼굴을 가진 모델들이 패션과 광고 업계에 서서히 나타나고 있기도 합니다.
존재하지 않는 것이 존재하게 되고, 사진과 회화가 섞이고, 어디까지가 3D 애니메이션이고 영화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현대는 '가상을 실제만큼 견고해 지고, 실제는 가상만큼 유령스러워 지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모더니즘을 넘어 포스트 모더니즘의 현재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가 이 Uncanny함을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아닐까 합니다. 이것이 '디지털의 미학'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Uncanny Valley에 관해서 이야기 하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출처
Fashion, Robots, and Travis' Hiatus to Lollipuff
http://www.hizook.com/blog/2013/03/24/fashion-robots-and-travis-hiatus-lollipuff
진중권 선생님의 <디지털의 미학> 정리. Uncanny Valley에 대해서.
http://catwoman.pe.kr/xe/index.php?mid=school&page=4&document_srl=1620955#list
Uncanny valley
https://en.wikipedia.org/wiki/Uncanny_valley
7 Films That Got Stuck In The Uncanny Valley
http://www.therobotsvoice.com/2011/03/7_films_that_got_stuck_in_the_uncanny_valley.php
정의
The uncanny valley is a hypothesis in the field of aesthetics which holds that when features look and move almost, but not exactly, like natural beings, it causes a response of revulsion among some observers. The "valley" refers to the dip in a graph of the comfort level of beings as subjects move toward a healthy, natural likeness described in a function of a subject's aesthetic accepta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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